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강일이의 감정공간

단편소설 작자 미상인 "그 애" 독후감

by 강일 2023. 3. 12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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안녕하세요 강일타로 입니다😊

꽤 오래전에 인터넷에서 떠돌았던 단편소설인데 여자친구가

좋아하는 단편소설이예요.

글을 읽고 감정이 많이 싸해져서 독후감도 써보았어요.

제 감정과 생각이 많이 들어갔고... 실제 연애를 하면서 느낀점

그녀를 생각하며 쓴 내용이예요. 글을 쓰는 재주가 없어 창피하지만

한번 올려보아요.

 

  • "그 애" 1편
작자 미상

우리는 개천쪽으로 문이 난 납작한 집들이 개딱지처럼 따닥따닥 붙어있는 동네에서 자랐다.

그 동네에선 누구나 그렇듯 그 애와 나도 가난했다. 물론 다른 점도 있었다.

내 아버지는 번번히 월급이 밀리는 시원찮은 회사의 영업사원이었다.

그 애의 아버지는 한쪽 안구에 개 눈을 박아넣고 지하철에서 구걸을 했다.

내 어머니는 방 한가운데 산처럼 쌓아놓은 개구리 인형에 눈을 박았다.

그 애의 어머니는 청계천 골목에서 커피도 팔고 박카스도 팔고 이따금 곱창집 뒷 방에서 몸도 팔았다.

우리집은 네 가족이 방 두개짜리 전세금에 쩔쩔맸고,

그 애는 화장실 옆 천막을 치고 아궁이를 걸어 간이부엌을 만든 하코방에서 살았다.

나는 어린이날 탕수육을 못 먹고 짜장면만 먹는다고 울었고,

그 애는 엄마가 외박하는 밤이면 아버지의 허리띠를 피해서 맨발로 포도를 다다다닥 달렸다. 말하자면 그렇다.

우리집은 가난했고, 그 애는 불행했다.


가난한 동네는 국민학교도 작았다. 우리는 4학년때 처음 한 반이 되었다.

우연히 그 애 집을 지나가다가 길가로 훤히 드러나는 아궁이에다 라면을 끓이는 그 애를 보았다.

그 애가 입은 늘어난 러닝셔츠엔 김치국물이 묻어있었고 얼굴엔 김치국물 같은 핏자국이 말라붙어있었다.

눈싸움인지 서로를 노려보다가 내가 먼저 말했다. 니네부엌 뽑기만들기에 최고다.

나는 집에서 국자와 설탕을 훔쳐왔고, 국자바닥을 까맣게 태우면서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.


사정이 좀 풀려서 우리집은 서울 반대편으로 이사를 했다. 아버지는 친척이 소개시켜준 회사에 나갔다.

월급은 밀리지 않았고 어머니는 부업을 그만두었다. 나는 가끔 그 애에게 편지를 썼다.

크리스마스에는 일년동안 쓴 딱딱한 커버의 일기장을 그 애에게 보내기도 했다. 그 애는 얇은 공책을 하나 보냈다.

일기는 몇 장 되지 않았다. 3월 4일 개학했다. 선생님한테 맞았다.

6월 1일 딸기를 먹었다. 9월 3일 누나가 아파서 아버지가 화냈다. 11월 4일 생일이다.

그 애는 딸기를 먹으면 일기를 썼다. 딸기를 먹는 것이 일기를 쓸만한 일이었다.

 

우리는 중학생이 되었다.
그 애 아버지는 그 애 누나가 보는 앞에서 분신자살을 했다. 나는 그 얘기를 풍문으로 들었다.

그 애는 이따금 캄캄한 밤이면 아무 연립주택이나 문 열린 옥상에 올라가 스티로플에 키우는 고추며 토마토를 따버린다고 편지에 썼다. 이제 담배를 배웠다고 했다. 나는 새로 들어간 미술부며 롯데리아에서 처음 한 미팅 따위에 대해 썼다.

한번 보자, 만날 얘기했지만 한번도 서로 전화는 하지 않았다. 어느날 그 애의 편지가 그쳤고, 나는 담배를 피기 시작했다.
고3 생일에 전화가 왔다. 우리는 피맛골에서 막걸리를 마셨다. 생일선물이라며 신라면 한 박스를 어깨에 메고 온 그 애는 왼쪽다리를 절뚝거렸다. 오토바이 사고라고 했다. 라면은 구멍가게 앞에서 쌓인 것을 그냥 들고날랐다고 했다.

강변역 앞에서 삐끼한다고 했다. 놀러오면 서비스 기차게 해줄께. 얼큰하게 취해서 그 애가 말했다.

아냐. 오지마. 우울한 일이 있으면 나는 그 애가 준 신라면을 하나씩 끓여먹었다.

파도 계란도 안 넣고. 뻘겋게 취한 그 애의 얼굴같은 라면국물을.


나는 미대를 졸업했고 회사원이 되었다. 어느날 그 애가 미니홈피로 찾아왔다. 공익으로 지하철에서 자살한 사람의 갈린 살점을 대야에 쓸어담으면서 2년을 보냈다고 했다. 강원도 어디 도살장에서 소를 잡으면서 또 2년을 보냈다고 했다.

하루에 몇백마리 소머리에 징을 내리치면서, 하루종일 탁주와 핏물에 젖어서. 어느날 은행에 갔더니 모두 날 피하더라고. 옷은 갈아입었어도 피냄새가 베인거지. 그날 밤 작업장에 앉아있는데 소머리들이 모두 내 얼굴로 보이데. 많이 마시지도 않았는데 그 애는 술집 테이블에 머리를 박았다. 나직하게,

 

나는 왜 이렇게 나쁜 패만 뒤집는 걸까.


그 애가 다단계를 한다는 소문을 들었다. 만나지마. 국민학교때 친구 하나가 전화를 해주었다.

그 애 연락을 받고, 나는 옥장판이나 정수기라면 하나 있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.

취직하고 집에 내놓은 것도 없으니 이 참에 생색도 내고. 그 애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.

우리는 계절이 바뀔 때면 가끔 만나서 술을 마셨다. 추운 겨울엔 오뎅탕에 정종. 마음이 따뜻해졌다.
부천의 어느 물류창고에 직장을 잡았다는 연락을 받았다. 고등학교때 정신을 놓아버린 그 애의 누나는 나이 차이 많이 나는 홀아비에게 재취로 갔다는 얘기를 들었다. 애가 둘인데 다 착한가봐. 손찌검도 안하는 거 같고. 월급은 적어. 그래도 월급 나오면 감자탕 사줄께.


그 애는 물류창고에서 트럭에 치여 죽었다. 27살이었다.


그 애는 내가 처음으로 좋아한 남자였다. 한번도 말한 적 없었지만 이따금 나는 우리가 결혼을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. 손도 잡은 적 없지만 그 애의 작고 마른 몸을 안고 매일 잠이 드는 상상도 했다. 언젠가.

난 왜 이렇게 나쁜 패만 뒤집을까. 그 말 뒤에 그 애는 조용히 그러니까 난 소중한 건 아주 귀하게 여길꺼야.

나한테 그런게 별로 없으니까. 말했었다. 그러나 내 사랑은 계산이 빠르고 겁이 많아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.

나는 그 애가 좋았지만 그 애의 불행이 두려웠다. 하지만 우리는 함께 살 수도 있었다. 가난하더라도 불행하지는 않게

 

  • "그 애" 1편 독후감

그녀가 "그 애"의 글을 보고 느꼈을 감정도 내가 글을 읽고 느낀 감정도
지금 가진 우리의 행복이 언젠간 끝이 날 줄 모르는 불안감과 아픔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.

1편에 "그 애" 마지막 부분의 말이 자꾸 나의 마음을 흔들어놓았다.

"난 왜 이렇게 나쁜 패만 뒤집을까.
그 말 뒤에 그 애는 조용히 그러니까 난 소중한 건 아주 귀하게 여길 거야.
나한테 그런 게 별로 없으니까. 내 사랑은 계산이 빠르고 겁이 많아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.
나는 그 애가 좋았지만, 그 애의 불행이 두려웠다.
하지만 우리는 함께 살 수도 있었다.
가난하더라도 불행하지는 않게."

사람은 좋은 것만 보고 행복한 것만 하려고 하는 생각과 호르몬이 존재하기 때문에
사랑의 기대감이 자꾸만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. 그렇지만 과거의 상처에 트라우마가 잡혀있다면
그 생각과 호르몬이 불행한 쪽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. 나 역시도 마찬가지...
상대가 나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만큼 우리의 마지막이 자꾸만 생각이 나지 않을 수 없다.
사람이기 때문에 감정이 있기 때문에 아프고싶지 않기 때문이다. 그러나 이 조차도 사랑이다.
이 감정을 굳이 억지로 억누르라고 말하지않는다. 왜 마지막이 없으면 되니까... 후회가 없게 사랑하면 되니까...

지금 이 독후감을 쓰면서 나조차도 이유없는 눈물이 흐른다. 자꾸 마지막이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?
계속 행복할 수 없는 걸까. 행복한 생각만 하여도 눈물이 흐른다. 하지만 그만큼 사랑하고 있는거라고 생각한다.

그녀는 나에게 행복만 주는 존재고 나는 그녀에게 짐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.
내가 아니라도 행복한 사랑을 할 수 있는 사람이기에.

속에 있는 말을 하는건 쉬운 일이 아니다. 난 진심이지만 이해하는 이에 따라 해석은 달라질 것이다.
어쩌면 내가 하는 모든 말이 가식일수도 진심으로 들릴 수도 그저 가벼운 제비들의 언어처럼 들릴지도.
그래도 내 진심을 알아주었으면 좋을 것 같다.

"그 애"의 글을 읽고 강하게 느낀 감정과 생각은 행복은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이다.
그렇지만 그 순간의 감정과 마음은 항상 상대에게 가있어야 한다. 오로지 상대를 사랑하고 생각하고
아껴주면 된다. 이렇게 하더라도 마지막은 항상 슬프겠지만. 후회가 없어야한다.


작자가 이 글을 통해 말해주는 메세지는 마지막이 있더라도 후회하지 않고 상대를 생각하고 위로해라.
머뭇거리지 말고 내 생각을 전달하라는 생각이 든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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